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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 주연영화 '패왕별희'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2020. 11. 22.

notaram 2022. 10. 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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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 주연영화 '패왕별희'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soohyun
2020. 11. 22. 23:07

‘패왕별희’(Farewell My Concubine, 覇王別姬)는 리비화(李碧华)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중국의 천 카이거 감독이 연출한 1993년작 영화다. 장궈룽(장국영), 공리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베이징 경극학교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경극배우 뎨이와 샤오러우, 그리고 샤오러우의 여인 쥐셴의 엇갈리는 관계와 비극적인 운명이 일본의 중국 침략과 국공내전, 문화대혁명 등 중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 펼쳐진다.

‘패왕별희’는 ‘패왕이 우희와 이별한다’는 뜻으로, 유방과 패권을 겨뤘던 영웅 항우의 비극적 말년, 항우와 우희의 사랑을 담은 대표적인 고사이다. 영화에서는 뎨이가 우희 역을, 샤오러우가 항우 역을 맡는 경극 ‘패왕별희’가 중요한 소재이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모티브가 된다. 영화 ‘패왕별희’는 샤오러우를 사랑하는 뎨이(경극 속 우희)를 맡은 장국영의 열연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 걸작이다. 제 4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경극 ‘패왕별희’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중국의 전통 공연예술 장르 경극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중국 최고의 경극 배우 메이란팡(梅兰芳. 1894~1961)는 전세계 순회공연에서 경극 ‘패왕별희’를 선보였는데, 1930년 뉴욕 공연도 높은 관심 속에 열렸다는 기록이 있다. 천 카이거 감독의 영화는 다시 한번 경극 ‘패왕별희’를 전세계인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도 이 영화 덕분에 경극 ‘패왕별희’가 낯설지 않다. 지난해 국립창극단은 경극 ‘패왕별희’를 우리 판소리와 경극의 양식적 연기가 결합한 창극으로 내놓아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영화 ‘패왕별희’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준비하는 신작이다. ‘스타 트렉’에도 참여했던 유명 극작가 케네스 린이 각본에 참여하고, ‘래러미 프로젝트’ 등으로 유명한 연출가 모이세스 카우프만이 합류한다. 올해초부터 ‘패왕별희’ 뮤지컬 추진 소식이 흘러나왔는데, 지난달 말 작곡가가 캐스팅을 위한 비디오 오디션 공고를 직접 냈다.

오디션 곡으로는 재즈나 블루스, 록이나 팝 스타일을 피하고, 자신의 음역대와 스토리텔링 능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강렬하고 극적인 곡을 권장했다. 로저스&해머스타인(작곡가 리처드 로저스와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20세기 뮤지컬 ‘황금시대’의 명콤비로 ‘남태평양’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을 내놓았다), 손드하임(‘스위니 토드’ ‘컴퍼니’ ‘숲속으로’ 작사/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 같은 고전 뮤지컬 넘버들 중에 고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 클래시컬한 발성, 비브라토와 프레이징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이 뮤지컬 음악을 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캐릭터별 음역대와 특징도 지정했는데, 뎨이는 굉장히 강력한 고음과 팔세토(가성으로 노래하는 것)가 가능한 테너, 샤오러우는 로저스&해머스타인 풍의 하이 바리톤, 쥐셴은 다재다능한 벨팅(뮤지컬에서 많이 쓰는 창법으로 크고 카랑카랑한 소리를 냄) 소프라노, 그리고 경극 선생인 관 선생은 아주 강력한 드라마틱 바리톤이 맡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비디오 제출은 마감되었는데, 앞으로 배역이 결정되면 대본 리딩과 워크숍 공연부터 한다.

완성된 작품이 본격적인 상업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패왕별희’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오디션 공고에는 배우들의 문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의견도 많이 달렸는데, ‘패왕별희’는 ‘레슬리(장국영의 영문 이름)’가 필생의 연기를 보여준 고전이라며 섣불리 뮤지컬로 만들어 고전을 망치지 말라는 내용도 있다.

중국인들도 ‘패왕별희’를 뮤지컬로 만든다는 소식에 관심이 크다. ‘문화의 융합은 시대적 조류’라며, 뮤지컬 ‘패왕별희’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표현한 사람들도 많지만, 우려와 의구심도 있다. 중국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한 한 평론가는 ‘패왕별희’에서 경극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면서, 만약 경극 예술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뮤지컬을 만든다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패작으로 꼽히는 디즈니 영화 ‘뮬란’의 예를 들기도 했다.

장국영의 대표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 ‘패왕별희’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과연 어떻게 각색되고, 어떤 배우들이 기용될 것인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양식 속에서 경극 ‘패왕별희’는 어떤 방식으로 재현될 것인가. 코로나19로 브로드웨이 극장가가 멈춰선 가운데 들려온 ‘패왕별희’ 뮤지컬 제작 소식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네이버 중국판 차이나랩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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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II
김수현 블로그 2.0/ 공연 애호가. 피아노 아마추어. 중국 드라마 시청자. 고양이 집사. '천재들의 유엔 TED' '나도 가끔은 커튼콜을 꿈꾼다' 저자. 공연문화 팟캐스트 '커튼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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