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도 남이라는 종부세법 2022.10.24
[기자의 시각] 부부도 남이라는 종부세법
정석우 기자
입력 2022.10.24 03:00 | 수정 2022.10.24 03:00
서울에 공시가격 8억2600만원 아파트 1채를 갖고 있는데 아내가 시골 주택 지분(공시가격 3000만원)을 상속받아 종합부동산세를 물게 된 70대 김씨의 사연을 얼마전 기사로 썼다. 김씨는 종부세법이 개정돼 상속·이사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 세무서에 신청하면 1주택자로 간주해 1주택자 수준 세율(0.6~3%)과 기본공제(11억원)를 적용한다는 정부 발표가 자신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다. 세무서 직원 설명은 달랐다. “기존 주택과 상속 주택의 명의자가 다르기 때문에 다주택자로 과세한다”고 했다.
김씨 케이스는 종부세의 오락가락 고무줄 잣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담당자들에게 확인해보니 종부세는 개인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인별(人別) 과세’여서 김씨 부부는 각각의 명의로 주택과 지분을 갖고 있어 종부세 대상이라고 했다. 양도소득세 등 다른 세금은 가구 단위로 다주택자를 판단하는데, 유독 종부세만 인별 과세다. 헌법재판소가 가구별 합산 과세에 대해 “결혼한 사람들을 독신자, 사실혼 관계 부부 등에 비해 차별하는 것이라 위헌”이라고 2008년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시골 주택 지분이 만약 남편이 상속받은 것이라면 1주택자로 간주해 혜택 대상이 된다. 부부 공동명의 상태에서 부부 중 한 명이 상속받아도 마찬가지다. 유독 기존 1주택 소유자의 배우자가 상속받은 경우만 부부 각각 명의이니 1주택자 간주를 받지 못하고 2주택자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개인 단위로 세금을 매긴다는 정부 설명대로라면, 남편과 아내 각각 과세 여부를 판단해야 맞는다. 이 경우 2명 모두 공시가격 11억원 미만 주택 보유자라 종부세 대상자가 아니다. 하지만 종부세는 부부의 공시 가격을 합쳐서 계산한다. 한 세무사는 “1주택자 혜택을 주지 않을 때는 개인별로 한다고 하고, 세금 물릴 때는 부부라고 한다”면서 “김씨 부부의 경우 양도소득세라면 1주택자로 보고 중과를 하지 않으니 종부세는 세금 중에서도 별종인 셈”이라고 했다.
물론 4인 가족이 각각 1채씩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다주택자로 보는 것이 사회 통념상 맞을 수 있고, 세법도 그런 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 같은 억울한 사연들이 쌓이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김씨는 “금수저 상속인이 10여 채를 상속받아도 1주택자 수준으로 과세 혜택을 받는데, 2채 합쳐봐야 9억원도 안 되는 재산으로 중과 대상 투기꾼 취급을 받으니 복장이 터진다”고 했다.
지난해 종부세 납세자는 1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예상된다. 수시로 변하는 종부세 과세 방식을 다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납세자가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면 곤란하다. 정부가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