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칼국수보쌈:. 임병주 산동칼국수:..마포손칼국수
칼국숫집을 찾다 보니 서울 강동구 성내동 ‘대풍칼국수보쌈’까지 이르렀다. 강동구청역 바로 인근에 있는 이 집은 12시 땡 하자마자 직장인이 몰려들었다. 대부분 메뉴판도 보지 않고 바로 주문을 넣었다. 뜨내기 손님이 없는 집이었다. 음식 나오는 모양을 보니 단골만 가지고 장사해도 충분할 듯했다.
사람들은 보쌈정식과 낙지덮밥정식을 정확히 반씩 주문했다. 보쌈과 낙지볶음에 칼국수가 따라오는 구성이었다. 직접 담갔다는 나박김치, 겉절이도 한 종지씩 놓였다. 상추쌈과 보쌈김치, 윤기 나는 돼지고기, 센 불에 익혀 여전히 불기를 머금은 낙지볶음은 그것만으로도 지불하는 값을 넘어 보였다.
사골 육수에 담아낸 칼국수는 맛보기 수준이 아니었다. 뽀얀 국물 속에 통통한 면발이 숨어 있었다. 혀 위에 달라붙는 고소한 맛들이 재잘거렸다. 국물을 가득 위장에 흘려 넣으니 없던 기백도 생길 것 같았다. 단골들은 편한 몸짓으로 젓가락질하며 익숙한 표정과 웃음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그 사이를 채운 것은 아끼지 않는 친절과 한결같은 음식이었다
유명세를 타버릴 대로 타버린 집이지만 서초동 ‘임병주 산동칼국수’도 빼먹을 수 없는 집이다. 예전 쓰러질 것 같은 건물은 사라졌다. 새로 지어 올린 모습에 괜히 아쉬운 마음이 남는 건 그만큼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 게다.
바지락으로 맛을 낸 국물은 입에 쩍쩍 달라붙는다는 표현이 절로 나왔다. 조개를 모으고 모아 뽑아낸 진액 같은 국물에서 신선한 해풍의 향기가 났다. 바지락 사이로 언뜻언뜻 낀 녹색 애호박은 바다의 품 넓은 단맛 속에서 애교 섞인 재롱을 떠는 듯했다. 면발은 뱀이 아니라 이무기 정도 되는 힘으로 입속에서 꿈틀거렸다. 면을 앞니로 꽉 깨물고 어금니로 우적거리며 위장 속으로 간신히 밀어 넣었다. 작은 항아리에서 퍼낸 김치를 아끼지 않고 면발에 올렸다. 알이 통통한 만두도 시켜 칼국수에 곁들였다. 가게 문지방을 간신히 넘으니 감당할 수 없는 포만감이 찾아왔다.
한강을 건너 마포에 가면 광흥창역 바로 옆에 ‘마포손칼국수’가 있다. 높다란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선 사거리 구석, 오래된 폰트로 써 내려간 청록색 간판을 보니 이 집의 연식을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실내는 비록 낡았지만 닦고 또 닦아 테이블에 잔 먼지 하나 묻어나지 않았다. 메뉴는 수제비와 칼국수 두 가지가 있고, 여기서 바지락(손칼국수)과 재첩을 넣은 것으로 또 나뉘었다. 칼국수 면은 하늘하늘 찰랑거리며 한없이 부드러웠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목구멍으로 쏘옥 말려들어갔다
국수)과 재첩을 넣은 것으로 또 나뉘었다. 칼국수 면은 하늘하늘 찰랑거리며 한없이 부드러웠다.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목구멍으로 쏘옥 말려들어갔다.
국물도 거칠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 재첩 칼국수는 밤 공기가 물러나고 밀려든 아침 바람처럼 구김살 없이 맑고 시원한 맛이 들었다. 바지락 칼국수는 바지락과 애호박에서 우러난 단맛이 뻑뻑하게 엉겼다. 국물과 면발이 강아지들처럼 이리저리 함께 뒹굴며 둥글둥글한 맛을 냈다. 단골들도 이 음식을 닮았다. 얌전히 국수 한 그릇을 비운 뒤 가로수 밑 그늘에서 점심 나절 잠깐 불고 마는 바람을 즐겼다. 칼국수 면발 가닥가닥 젓가락으로 부여잡고 식사를 하다 보니 그때 생각도 났다.
“하면 잘하는데 왜 안 했나?”라고 조리 부사관 핀잔을 주던 간부들. 뒤로 돌아서서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해주고 싶어야 하지”라며 입술을 실룩거리던 김천 출신 조리 부사관. 그들은 지금 어느 하늘 아래서 어떤 식사를 하고 있을까? 칼국수같이 익숙한 음식은 삶의 군데군데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빈 그릇을 따라 지나간 것들 모두는 마침내 그리움이 된다.
#대풍칼국수보쌈: 보쌈정식 1만2000원, 낙지덮밥정식 1만2000원. (0507)1329-0987
#임병주 산동칼국수: 칼국수 1만원, 왕만두 1만원. (02)3473-7972
#마포손칼국수: 손칼국수 8000원, 재첩칼국수 8000원. (02)719-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