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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조너선 카우프만 지음 the last kings of shanghai

notaram 2023. 2. 13. 11:55


근현대 중국, 뜻밖의 억만장자 두 가문
입력2023.02.11. 오전 12:39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
조너선 카우프만 지음
최파일 옮김
생각의힘

중국은 영국과의 1차 아편전쟁이 끝난 1842년부터 1949년 공산당 집권 직전까지를 ‘치욕의 100년’으로 본다. 제국주의 외세에 유린당한 기간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치욕의 역사는 잘 들춰보려 하지 않는다.

이 책(원제 The Last Kings of Shanghai)은 중국이 숨기고 싶어 하는 역사를 드러낸 점에서 가치가 큰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중국 전문기자인 저자가 방대한 자료와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상하이와 홍콩을 중심으로, 당시에 벌어졌던 잘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를 추적·발굴해 있는 그대로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드러냈다. 중국과는 연관성이 떨어질 것 같은 두 유대인 가문, 서순(Sassoon)가(家)와 커두리(Kadoorie)가(家)가 근현대 중국에서 기업제국을 일군 족적을 다룬 책으로, 2년 전 원서 출간 당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두 가문은 오스만튀르크제국이 통치했던, 현재는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의 유대인 집안이다. 서순가는 800년 넘게 바그다드에서 살아왔고 사실상 왕족이자 가장 부유한 상인 집안이었다. 가부장 데이비드는 오스만제국의 탄압을 피해 1829년 이란 항구도시 부시르로 도피한다. 그는 여기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봄베이로 옮겨 가고, 타고난 사업수완을 발휘해 인도 최대 갑부가 된다.

원본보기
1930년대 상하이 와이탄. 서순가의 캐세이호텔은 지금도 평화호텔로 남아있다. [사진 생각의힘]
중국으로서는 치욕의 100년이 시작된 아편전쟁의 패배는 서순가에 새로운 기회를 선사했다. 1870년대 서순가는 중국으로 유입되는 아편의 70%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아편이 금지된 후에는 부동산과 공장에 투자해 더 큰 재산을 축적했다.

서순가가 인도에서 직업훈련과 일자리를 제공한단 소식을 듣고, 커두리가의 어머니 리마는 엘리 등 아들 넷을 바그다드에서 인도로 보냈다. 엘리는 서순가에서 일을 배우고 독립해 홍콩의 주식중개인으로 성공의 기반을 다졌다. 엘리와 커두리가는 금융업으로 크게 성공했고, 서순가와 마찬가지로 억만장자가 됐다. 엘리의 부인 로라는 당시 한국 여행에서 커다란 종을 구경한 일을 일기에 적기도 했다.

두 차례의 아편전쟁과 태평천국의 난, 신해혁명과 중화민국 건립을 거치며 두 가문은 승승장구했다. 커두리가는 베르사유 왕궁을 모델로 상하이 최대 저택 마블 홀을 지었다. 비행기로 세계일주를 하던 찰스 린드버그를 환영하는 파티가 열린 곳으로도 유명하다. 장제스가 결혼식을 올린 커두리가의 호화로운 상하이 마제스틱호텔과 홍콩의 페닌술라호텔, 빅터 서순이 상하이에 세운 캐세이호텔(현재 평화호텔)은 두 가문이 획득한 엄청난 부의 상징이다.

두 가문은 쑨원, 장제스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협력과 반목을 거듭했다. 2차 대전 전후로 나치 박해를 피해 탈출한 유대인 난민 1만8000명이 상하이로 들어와 살 수 있게 지원하기도 했다. 두 ‘유대인 제국’ 가문에게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의 승리는 큰 타격이 됐다. 중국공산당에 자산몰수를 당한 서순가는 중국과 연을 끊었다.

커두리가도 시련을 겪었으나 이후에도 홍콩을 배경으로 사업을 이어 오고 있다. 엘리의 아들 로런스는 1978년 덩샤오핑을 만나 개혁개방을 선포한 중국에 대한 투자를 논의하기도 했다. 로런스의 아들 마이클은 덩샤오핑의 후임자들과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시시때때로 만났다. 한 모임에서 시 주석은 마이클에게 보좌관을 보내 “당신 가문은 항상 중국의 친구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이제 중국은 더는 ‘치욕의 100년’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운다. 성경에 나오는 ‘바빌론 유수’ 도시인 바그다드 출신 두 유대인 가문이 근현대 중국에 남긴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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