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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멋진 옷보다 ‘나’를 위한 옷 입으세요
입력2022.09.24. 오전 12:51
‘엔폴드’ 창립자 미즈키 우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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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폴드' 창립자&디자이너인 미즈키 우에다씨를 서울 매장에서 만났다. 엔폴드는 매장마다 인테리어가 다른 게 특징이다. 김경빈 기자
“몸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디자인이란 허리를 더 얇게, 다리를 더 길어 보이도록 만든 게 아닙니다. 여성의 몸은 훨씬 더 복잡하고, 또 제각각 달라서 앵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 보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있어요. 저는 여성들의 그 ‘숨겨진 아름다움(hidden beauty)’을 찾아내고 싶어요.”
일본 여성복 브랜드 ‘엔폴드(ENFÖLD)’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미즈키 우에다씨의 말이다. ‘둘러싸다’ ‘포옹’을 의미하는 브랜드명처럼 엔폴드의 옷들은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을 갖고 있다. 특히 보디라인을 드러내지 않고, 사이즈에도 구애받지 않는, 풍성하면서도 개성 있는 실루엣이 특징이다. 덕분에 뚱뚱하든 말랐든, 다리가 두껍든 얇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 독특한 디자인에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입는 옷”이라는 우에다씨의 철학이 깔려 있다. 타인에 의해 천편일률적으로 고착된 ‘특정기준’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으로 당당하게 아름다움을 표현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패션업계에서 불고 있는 ‘몸 긍정주의(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고 인정하자’는 캠페인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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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엔폴드]
“2011년 브랜드를 론칭할 당시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는데, 내 몸의 변화를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느끼면서도 걱정들이 생겨났죠. 몸은 계속 불어나는데 맘에 드는 옷을 구할 수 없는 거예요. 나와 같은 문제에 직면한 여성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새로운 실루엣의 옷을 만들어보자 생각했죠.”
우에다씨가 진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숨겨진 아름다움’, 즉 내재된 개성이다. 그는 “냉정함과 천진함, 완벽함과 모호함, 고독과 공감 등 극단의 내면을 잘 컨트롤하며 사는 여성들에게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고, 스스로도 발견하기 어려운 이 복잡한 내면에 관심이 많은 데는 그의 특별한 이력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패션 디자인에 관한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다. 패션 매장 세일즈 직원에서 출발해 잡지 스타일리스트 보조 역할을 거쳐 여성복 디자이너가 된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이다. 덕분에 평범한 소비자들과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었고,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옷을 좋아하는 트렌드세터들의 심리도 파악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우에다씨가 도달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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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엔폴드]
“‘모두에게 맞는 옷’ ‘모두가 좋아하는 옷’을 지향하진 말자는 거예요. 남들에게서 ‘멋지네’ 라는 말을 듣는 옷보다 ‘내 자신이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옷’을 만들자 생각했죠. 입었을 때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줘서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하든 열린 마음을 갖게 하는 옷이죠.”
특히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는 ‘2022 가을·겨울 컬렉션’에선 둥글고 볼륨이 풍성한 실루엣이 더욱 강조됐다. 여러 가지 소재와 디테일을 섞어 두 개의 옷을 겹쳐 입은 듯 보이는 패치워크 디자인도 눈에 많이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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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엔폴드]
“이번 컨셉트가 ‘평범한 일상에서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이에요.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 가령 우주 같은 새로운 공간에 가면 모든 게 낯설어서 놀라고 당황하겠지만 결국 새로운 관점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매장에서 본 여러 종류의 옷들에서 호기심 많은 소녀의 귀여움과 존재감을 가진 숙녀의 우아함이 공존하는 이유기도 하다. 마음이 움직이는 일은 나이와 상관 없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폴드의 옷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의 나이도 종잡을 수 없다. 50대의 일본 국민 여배우 사카이 마키가 ‘2022 가을·겨울 컬렉션’ 메인 광고모델로 등장해 뜨거운 호응을 얻어냈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공식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브랜드 ‘샤넬’이 아니면 모든 옷을 ‘내돈내산’ 한다는 블랭핑크 제니가 엔폴드 의상을 입은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명 셀럽들이 엔폴드를 사랑해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특정 여성의 모습을 엔폴드 이미지로 갖고 가고 싶진 않아요. 10년 전이나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것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는 거예요.” 다소 엉뚱하고 파격적으로 보이는 엔폴드의 옷이 볼수록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우에다씨에 대한 공감 때문일 것이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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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는건 당대에도 가능하나, 잘 입는건 (최소한)삼대의 공덕이 있어야한다. ㅡ 스테파노 필라티!2022.09.24. 10: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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