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낯섦근현대 이스탄불의 서사시E, İstanbul
오르한 파묵내 마음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650쪽 분량의 장편소설이기에 큰마음을 먹고 읽기 시작했다. 이스탄불 한 달 살기' 출발을 한 달여 남겨둔 시점에 두꺼운 소설책이나 붙잡고 있을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
내 마음의 낯섦A strangeness in my mind, 오르한 파묵, 민음사)을 읽게 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스탄불의 보자 (터키의 전통 음료) 장수의 삶 이야기에 제대로 빠져든 건 단순한 인물의 일대기가 아니라 근현대 이스탄불의 서사시이기 때문이다. 10일 만에 일독했고, 노벨상급의 수준ㅊㄹCOLLETTE내 마음의 낯섦,(오르한 파묵, 민음사)
그래서 이스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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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문학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이스탄불에 다녀와서도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이다.
터키의 베이세히르 지역에서 이스탄불로 이주하여 요구르트 장사를 시작한 한 가족의 잔잔한 이야기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착하고 성실한 1957년생 메블루트다. 메블루트는 고등학교도 마치기 전에, 일찍 고향을 떠난 아버지를 따라 대도시 이스탄불로 이주했다. 그는 첫눈에 반한 사미하에게 3년 동안 연애편지를 쓰게 된다. 군 의무복무 후에 사미하를 납치했지만, 그녀는 사미하가 아닌 그의 언니 라이하였다. 사랑에 빠졌던 소녀가 아님을 알게 되지만 메블루트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라이하와 결혼 생활을 한다. 두 딸을 낳아 키우던 중 낙태를 시도하던 라이하는 세상을 떠난다. 메블루트의 두 딸이 결혼하고, 메블루트의 옛 친구가 살해되었고, 그 친구의 아내였던 라이하의 여동생인 첫사랑 사미와 재혼한다.
1970년경부터 2014년까지 40여 년간 이스탄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메블루트가 이스탄불에서 살며 경험하는 변화들이 책 제목의 '낯섦'이다. 개발 초기에 이스탄불의 변두리에는 게제콘두 Geckends가 지어졌다. 게제는 남의 땅에 밤에 몰래 지은 집이란 의미로, 서울로 치면 판자촌과 같다. 근대화와 더불어 게제콘두가 헐려나가고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불법적인 게제콘두의 소유권은 고층 아파트 입주권으로 바뀌었다. 대가족은 핵가족으로 바뀌고, 이마저도 위태롭게 해체될 처지다. 아이스크림과 밥을 팔던 사람들은 번듯한
5. 터키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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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 직원이 됐다. 편지로 하던 연인 간의 소통은 핸드폰 통화로바뀌었다. 가족에게 헌신적이었던 아내 라이하가 죽은 후, 메블루트가재혼한 사미하는 경제적 이익에 밝고 개인주의적이다.
이러한 크고 작은 변화들과는 대조적으로 메블루트의 심성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스탄불 생활 초기부터 성실하고 정직하게 보자를팔러 집을 나선다. 메블루트는 이스탄불에 정착한 소시민으로 이스탄불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일부는 스쳐 지나갔고, 일부는 직접겪기도 했다. 내 마음의 낯섦은 메블루트의 시각을 통해 본 이스탄불의 최근 40여 년간의 역사다.
터키의 한 친구와 이 책을 주제로 대화하던 중, 보자를 맛보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시장 골목을 헤매고 다녔다. 이방인을 성심껏 배려해주는 일종의 터키인의 환대였다. 한동안 발품을 팔았지만 결국보자를 먹어보지 못했다. 보자는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부터가 제철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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