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퇴근한 뒤에는 백화점도 가고, 상점도 가고, 면세점도 가고, 서울 시내 삼청동, 인사동도 가고, 가로수 길도 간다. 온갖 곳을 다 돌아다닌다. 자꾸 가 보면 사람들이 변하는 것들이 보인다. 가로수길도, 압구정도 다 아는 것 같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빨리 변한다. 가 본지 3~4년 되면 늙은 것이다. 자기가 아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과 실제와의 괴리(乖離)가 생긴다. 우리 업종은 그 괴리가 크면 클수록 실수를 한다.”
이어지는 그의 말입니다.
“백화점에 가서 소비자들하고 얘기 하고, 점원하고 30분 이상 대화한 적도 있다. ‘요즘 남자들이 무슨 옷 많이 사가요?’라고 물으면, 이것도 사가고 저것도 사간다고 점원이 설명해준다. 젊은이들과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도 자주 한다. 올리브영 같은 매장에 가서, ‘이런 거 왜 사세요?’라고 묻거나 고데기를 사는 젊은 여성에게 ‘요즘 사람도 고데해요?’라고 물으면 별의 별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다.”
시장의 최신 흐름과 밑바닥의 미세한 변화까지 느끼기 위해 현장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회사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CEO 메시지 ‘촉(觸)이 살아있는 회사’(2013년 11월 작성)에서 “우리 모두에게는 경쟁사들이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는 본능적인 촉(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차 부회장은 ‘깊은 독서’와 학습도 병행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전문저널 4개를 포함해 미용·헬스·리빙·럭셔리 분야의 16개 전문잡지·저널을 정기 구독하고 매월 국내외 서적 10여권 정도를 별도로 읽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60대 후반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어떤 걸 왜 좋아하는지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매일 7~8시간 잠을 자지만 유행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밤을 새워서라도 본다. 잡지를 읽으면서도 뾰족함을 유지하려 한다. 이런 노력을 해야 우리 고객들과 눈높이가 어느 정도 비슷해진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