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
로버트 자레츠키 지음ㅣ윤종은 옮김ㅣ휴머니스트ㅣ300쪽ㅣ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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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기 로마를 덮친 ‘안토니우스 역병’은 당시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의 이름에서 비롯했다. 500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죽음의 공포가 제국을 점령했다. 마르쿠스가 더욱 염려한 것은 로고스(logos)의 파괴, 내면의 몰락이었다. 그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명상록’이다. “마음의 타락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오염으로 변질되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역병이다. 후자는 동물로서의 본성을 오염시키지만, 전자는 인간성을 오염시킨다.”
휴스턴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부터 ‘페스트’까지 과거 팬데믹 시대의 고전(古典)을 통해 작금의 지혜를 구하는 책이다.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가 시장으로 있던 보르도에도 가래톳 페스트가 퍼져 인구 절반이 숨졌다. 살아남은 그는 ‘수상록’을 쓰며 평범한 삶의 숭고함을 고찰한다. “오늘날의 병폐 중에서도 가장 야만스러운 것은 우리 자신의 존재를 경멸하는 일”이며 중요한 건 “이 생애를 자연스레 잘 사는 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