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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의 돈과 세상] [96] 베를린 장벽
입력2022.11.09. 오전 12:01
금년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입니다”라고 선언했다. 1963년 6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베를린의 현지 주민 앞에서 “우리 모두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고 연설했던 것의 오마주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은 넷으로 쪼개져 승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에 관리받았다. 다만 화폐는 라이히스마르크화를 공동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1948년 초 미국, 영국, 프랑스가 각자의 점령지를 서독으로 통합하고, 새 화폐 도이치마르크화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화폐 라이히스마르크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동독 경제가 흔들렸다. 위성국가를 돌보는 부담이 커진 소련이 서베를린 봉쇄로 응수했다. 도로와 철도가 끊긴 서베를린에는 40일 치 식량과 석탄밖에 없었다. 물가가 폭등하고 200만 시민들은 패닉에 빠졌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가만있지 않았다. 공군과 해군 수송기를 동원해서 물자를 공수하면서 만약 수송기를 공격하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리고 28만 회에 걸쳐 쉴 새 없이 물자를 실어 날랐다. 323일 만에 소련이 봉쇄를 풀었다.
이후 서베를린은 자유와 풍요를 선망하는 동구권 국민들의 탈출구가 되었다. 이탈자가 10만명을 돌파하자 소련이 다시 고민에 빠졌다. 1961년 6월 소련은 동서 베를린 사이에 철조망을 철거하고 높은 콘크리트 장벽을 세웠다. 서베를린에서 서방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며 대치 국면으로 돌입했다. 2차 베를린 위기다. 케네디 대통령은 콧방귀를 뀌었다. 현장을 찾아가 “우리 모두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며 단결을 과시했다.
1989년 오늘 그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다. 장벽을 무너뜨린 것은 총과 대포가 아니다. 자유와 풍요다. 체제는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자유라는 정신적 가치와 풍요라는 물질적 자부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북한은 그걸 모른 채 연신 미사일만 날리고 있다.
차현진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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