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값싼 에너지 시대는 끝났다] [3] 유리벽 건물들 전력 낭비

notaram 2022. 11. 9. 11:59


무역센터가 엠파이어빌딩보다 전기 1.4배 더 쓴다
입력2022.11.09. 오전 3:06  수정2022.11.09. 오전 11:10

[값싼 에너지 시대는 끝났다] [3] 유리벽 건물들 전력 낭비




미국 뉴욕 맨해튼 34번가에 있는 102층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다. 1931년 준공한 이 빌딩은 망백(望百·91세)을 맞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 중 하나로 꼽힌다. 해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에너지스타 최고 등급을 받고 있다. 3100만달러(약 440억원)를 투자해 2010년까지 진행한 녹색빌딩 리모델링의 결과다. 이중창 6514장을 분해해 창 사이에 필름을 붙이고 가스를 넣어 단열 성능을 4배 높였다. 실내 조명도 햇빛에 따라 자동으로 밝기가 조절되도록 바꿨다. 2019년엔 빌딩에 있는 엘리베이터 68개가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같은 에너지 리모델링 결과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40% 줄여 해마다 400만달러(약 55억원)를 아끼고 있다.

원본보기

1989년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는 서울과 강남을 대표하는 건물이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에서는 60년 가까이 더 오래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턱없이 못 미친다. 지난해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은 371.4kWh(킬로와트시)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264.9kWh)의 1.4배를 웃돌았다. 건축물 에너지 사용량 등급에서도 열 에너지는 A~E 중 가장 낮은 E등급, 전기는 D등급에 그쳤다.

트레이드타워와 함께 1980년대 이후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꼽혔던 63빌딩을 비롯해 강남파이낸스센터, 삼성전자 서초사옥 등도 에너지 사용량에서는 나란히 낙제인 D~E 등급이다. 모두 유리 외벽을 한 이른바 커튼월 건물이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화려한 커튼월 빌딩이 골칫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트레이드타워는 지하 2층, 지상 54층으로 층수에서는 102층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의 절반, 전체 면적은 10만7933㎡로 45% 수준이지만,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3분의 2에 육박했다. 2016년부터 전력 소모가 적은 LED(발광다이오드)로 조명을 바꿔 지난해까지 12만7000여 개(76%)를 교체했지만, 근본적인 개조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에너지 효율 개선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63빌딩도 ㎡당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361.7kWh로 트레이드타워와 큰 차이가 없다. 2016년까지 5년 동안 1만3400장에 이르는 금도금 특수유리창을 교체하고, 일부 공간을 리모델링했지만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작업은 많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사거리에 있는 유리벽 건물 강남파이낸스센터(GFC)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은 ㎡당 403.8kWh. 에너지 사용량은 최하인 E등급이다. 연간 에너지 사용량도 국내 오피스 빌딩 중 최고 수준이다.

대세가 된 유리벽 건물… 에너지 효율은 취약

서울 도심 청계천 남쪽은 2004년 자리 잡은 SKT타워를 시작으로 2010년대 들어 미래에셋 센터원, 페럼타워, 하나은행 본점 등 유리벽 건물이 하나둘씩 자리 잡았다. 유리벽 건물은 철골로 기둥을 세우고 콘크리트가 아닌 강화유리 등으로 외벽을 세우는 방식이다. 고층 건물 신축이 쉽고, 현대적인 느낌이 들어 인기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 측면에선 천덕꾸러기 빌딩이다. 일반 벽체보다 두께가 얇다 보니 단열에 약하고, 여름철에는 햇볕이 강하게 들어 냉방에 에너지 소비가 많다. 삼성전자 서초사옥도 지난해 ㎡당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359.3kWh로 D등급에 그쳤다. 인근에 있는 메리츠타워, 물결 모양으로 유명한 GT타워도 에너지 사용량 D등급이다. 모두 유리벽 건물이다.

반면 붉은 벽돌 400만 장으로 둘러싼 강남교보타워는 ㎡당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유리벽 건물의 3분의 2 수준인 243.3kWh로 C등급이다. 1970년 세워져 대우그룹 사옥으로 쓰이다 2010년대 리모델링한 서울스퀘어는 B등급으로 서울시 비슷한 규모의 빌딩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있다.

조동우 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리벽 빌딩에 사용되는 가장 효율이 좋다는 로이 삼중 유리도 콘크리트 단열 벽체와 비교하면 단열 성능이 6분의 1 수준”이라며 “알루미늄, 철 등의 자재도 콘크리트보다 50배 이상 열전도가 높아 에너지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원본보기
대표적인 유리 외벽 아파트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박상훈 기자

고급 아파트·주상복합도 유리벽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 최고급 아파트로 꼽히는 유리벽 건물 갤러리아포레의 지난 7월 평균 전기 요금은 ㎡당 4135원이다. 같은 달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인 891원은 물론 같은 성동구 평균(954원)의 4배를 웃돌았다. 한강 건너편 일반 벽식 아파트인 압구정 한양 3단지의 ㎡당 전기 요금(651원)과 비교하면 6배가 넘는다. 대표적인 유리벽 아파트로 꼽히는 메세나폴리스와 서울숲트리마제 또한 가구수가 비슷한 벽식 구조의 도곡삼성래미안과 비교하면 전기 소비가 1.5~2배 더 많다.

유리벽은 사실상 건물 전체가 유리온실 역할을 하다 보니 ‘에너지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는다. 통유리창으로 들어온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집 안을 데우는 탓에 여름철에는 햇볕에 시달리고, 단열이 약하다 보니 겨울에는 종일 집 전체를 난방해야 할 정도다. 답답한 주민들은 집집이 수백만원을 들여 단열필름을 붙이기도 한다.

유리벽 빌딩은 이 같은 약점 탓에 해외에서는 건물 신축을 막아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유리 건물은 냉난방뿐 아니라 태양광으로 인한 눈부심을 막으려 블라인드를 설치하다 보니 조명용 에너지 사용이 많고, 창이 작거나 없어서 자연 환기가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chosun.com
최은경 기자 gang@chosun.com
오주비 기자 jubi@chosun.com
기자 프로필
구독

조선일보 조재희 기자
구독자 497
응원수 1,157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산업부 조재희 기자입니다.

新청사로 옮긴후… 경북도청 에너지 소비 6.6배, 세종시청은 3.9배
公기관 에너지 과소비… 서울시청이 쓴 전기량, 런던시청의 2배
Copyright ⓒ 조선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압도적 1위 칼럼 ‘만물상’ 조선일보 앱에서 보기
불황! 조선일보 앱에서 기사 공유하고 상품권 모으는 법
조선일보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에서 선정하며 언론사 페이지(아웃링크)로 이동해 볼 수 있습니다.
교장실로 여고생 불러 강제 추행한 교장에 집행유예 선고
땅 파니 2300년전 유물이 쏟아져…伊, 고대 청동상 24점 발굴
美 무속인과 약혼한 노르웨이 공주, 왕실 직무 포기
2조8000억원 파워볼 잭팟 터졌다…1명이 당첨금 독식
中 부동산시장 404조 폭탄 굴러온다… 한국에 파편 튈까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쏠쏠정보
3
흥미진진
0
공감백배
10
분석탁월
1
후속강추
1
조선일보 언론사홈 바로가기
'프리미엄 콘텐츠' 창작자 발굴 프로젝트
섬네일 이미지
스타 채널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이과형님, 휴식이형님, 바리수님의 인터뷰를 만나보세요!

조선일보 헤드라인
1 페이지 2 페이지 3 페이지
조선일보가 이 기사의 댓글 정책을 결정합니다.
전체 댓글6MY댓글
댓글 상세 현황
현재 댓글 5작성자 삭제 1규정 미준수 0
댓글 쓰기
댓글 입력
댓글을 입력해주세요
공지사항
이태원 사고 댓글 작성시 주의 부탁드립니다
댓글 정렬 옵션 선택
순공감순 최신순 공감비율순
BEST댓글 운영 기준 안내안내 레이어 보기
클린봇이 악성댓글을 감지합니다.
설정
프로필 이미지
chan****
옵션 열기
한국 기레기들 다 합쳐도 bbc기자 1명 보다 수준 떨어진다..2022.11.09. 06:08
답글2공감/비공감공감9비공감3
프로필 이미지
natt****
옵션 열기
뾱뾱이2022.11.09. 11:16
답글0공감/비공감공감0비공감0
프로필 이미지
jjo7****
옵션 열기
문과 기자님들 커튼월 건물이 건설과정에는 에너지, 비용이 훨씬 절약되는 방식이에요2022.11.09. 09:34
답글0공감/비공감공감0비공감0
sky2****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2022.11.09. 08:32
프로필 이미지
ehfv****
옵션 열기
개조선 본사는 몆등급이야?2022.11.09. 11:08
답글0공감/비공감공감1비공감2
댓글 더보기

조선일보 랭킹 뉴스
오전 10시~11시까지 집계한 결과입니다.
더보기
많이 본
댓글 많은




















내가 설정한 다른 언론사 보기
월간산
월간산

매일경제
매일경제

조선비즈
조선비즈

헬스조선
헬스조선

함께 볼만한 뉴스
안내
1 페이지 2 페이지 3 페이지 4 페이지 5 페이지
함께 볼만한 프리미엄안내












1 페이지 2 페이지 3 페이지
로그아웃 전체서비스

서비스안내 뉴스도움말 오류신고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제공처 또는 네이버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NAVER Corp.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