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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도 파3홀서 드라이버 잡아, 고정관념 깨야 ‘굿샷’
입력2022.11.05. 오전 12:21 수정2022.11.05. 오전 2:42
강찬욱의 진심골프
고정관념은 말 그대로 ‘고정된 관념’이다. ‘반드시 이래야 돼’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상황은 수도 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들에 대한 대처를 단 하나의 관념으로 일반화시킨 것이다. 신념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뒤따르게 하는 개념이라면 고정관념은 수비적이고 소극적인 개념이다. 골프에서도 이러한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골프는 룰이 엄격하고 복잡하지만 그 룰 안에서 14개의 클럽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반드시 이래야 돼’는 없다. 타이거 우즈도 김시우(27·CJ)도 그린 밖에서 우드를 사용해 퍼팅 같은 치핑을 했다. 구력이 아주 오랜 골퍼 중엔 벙커에서 퍼터를 쓰기도 한다. 아무리 턱이 낮은 벙커일지라도 핀에 붙이는 ‘신기방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플레이를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하다’고 말한다. 남의 플레이에 대해선 창의적이라고 칭찬하면서 정작 자신은 ‘이래야만 돼’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가 있을까.
1. 티샷은 반드시 드라이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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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샷을 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 그는 그린 근처에서는 우드를 이용해 퍼팅 같은 칩샷을 하기도 한다. [중앙포토]
티샷은 멀리 보내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가장 멀리 보낼 수 있는 드라이버를 쓴다. 멀리 보내야 한다는 것은 ‘정확히’를 전제로 한다. 한번은 300m를 보내고 다음 한번은 OB가 난다면 골프산수를 적용하면 150m 보낸 것이다. 비거리란 어쩌다 잘 맞은 거리가 아니다. 평균적으로 보낼 수 있는 거리다. 만일 우드나 유틸리티 클럽이 더 정확하다면, 특히 페어웨이나 랜딩 에어리어가 좁은 홀이라면 굳이 드라이버를 잡을 필요가 없다. 가끔 주말골퍼끼리 이런 얘기를 한다. “저 앞 물까지 250m인데 드라이버 쳐서 저기 빠지면 무벌타야. 왜? 장타니까. 크크.”
골프는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머리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클럽이 아닌 14개의 클럽이 있는 것이다. 10m 더 보내려다가 한 타, 두 타를 잃게 된다.
물론 ‘티샷 때 반드시 드라이버를 잡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주말골퍼들이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건 거리가 많이 나는 선수들 얘기지’라고 생각해서 시도를 안 했을 수도 있다. 한번 실천해 보자. 때론 잘 맞은 3번 우드나 드라이빙 아이언이 드라이버보다 더 멀리 나갈 때도 있다. 이것은 보너스다.
반대로 긴 파3에서 특히 남자들, 드라이버 잡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 이 역시 고정관념이다. 나는 갤러리로 가서 최경주 선수가 맞바람 파3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2. 파5 세컨드 샷은 무조건 멀리?
보통 주말골퍼들은 파5 세컨드 샷 위치로 갈 때 당연한 듯 아무 생각 없이 우드나 유틸리티 클럽을 가져간다. 가서 보니까 러프의 깊이도 있고 라이도 안 좋다. 그렇다면 클럽을 바꿔야 한다. 좀 덜 보내더라도. 실제로 서드 샷이 50m 남는 것보다 본인 웨지 샷 풀스윙 거리인 80m 남는 게 더 편하지 않은가.
잊지 말자. 벤 호건은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음 샷을 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볼을 갖다놓는 것’이라고 했다. 무조건 멀리 보내려다가 미스 샷이 나오는 것보다 가장 자신 있는 샷 거리를 편하게 남기는 게 지혜로운 선택이다.
3. 벙커 샷은 샌드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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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의 드라이버샷 모습. 그는 긴 파3에서 맞바람이 불 때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기도 한다. [중앙포토]
샌드웨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벙커 샷을 위한 웨지다. 벙커 샷이 유독 약했던 전설의 골퍼 진 사라센이 비행기의 착륙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바운스가 모래를 치고 상승하는 구조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린 주변의 벙커 샷은 반드시 56도 웨지나 이보다 로프트가 큰 로브웨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48도 웨지나 피칭웨지, 9번 아이언으로도 그린 주변에서 멋진 벙커 샷을 할 수 있다. 특히 벙커에서 핀까지 거리가 멀어서 런이 많이 필요할 때는 56도 웨지로 힘주어 멀리 보내는 것보다 52도나 48도로 부드럽게 하는 것이 좋다.
에그 프라이는 예외지만 벙커 샷은 클럽페이스를 무조건 오픈해야 한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특히 한국의 많은 골프장은 모래가 굵고 무겁다. 벙커가 습하고 딱딱할 때도 있다. 이럴 땐 클럽을 오픈하지 않고 일반적인 어프로치 샷 하듯 하는 것이 좋다.
특히 그린 주변 벙커 샷에 거의 입스가 온 골퍼라면 클럽페이스를 닫고 어프로치를 해 보자. 일단 탈출은 무조건 된다.
4. 어프로치는 무조건 웨지로?
보통 웨지 중에 로프트가 가장 큰 웨지로 어프로치샷을 한다. 정말 많은 교습가와 프로 선수들이 피칭웨지나 8,9번 아이언으로 러닝 어프로치를 하라는 말을 하는데도 우리는 하나의 웨지만으로 어프로치 샷을 한다. 가끔 처음 라운드를 하는 동반자가 어프로치 상황에서 8번이나 9번 아이언을 달라고 하면 속으로 ‘이 사람 고수인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린 주변에서 칩 샷이나 피치 샷이 잘 안돼서 웨지만 잡으면 긴장하는 골퍼들은 치퍼를 사용해보자. 요즘은 칩웨지라고도 말하는 치퍼는 불법 클럽이 아니다. 명백히 아이언 계열로 분류되는 클럽이다. 어느 날 꽤나 오래된 동반자의 어프로치 샷이 눈에 띄게 좋아졌기에 그의 골프백을 봤다. 백 안에는 치퍼가 꽂혀 있었다.
5. 퍼팅 그립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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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KLPGA 퍼팅 1위 박현경은 장갑을 벗지 않고 퍼팅을 한다. [중앙포토]
퍼팅 그립도 반드시 이래야 하는 것은 없다. 만일 숏 퍼트가 안 된다면 스탠더드 그립에서 역 그립, 크로스핸드 그립으로 바꿔 보자. 어느 날 박인비 선수의 퍼팅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퍼팅을 잘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결론은 그립이었다. 무조건 따라하자 싶어서 그날로 크로스핸드 그립으로 바꿨다. 그립을 바꾸고 나서 숏 퍼트가 확실히 좋아졌다. 집게 그립으로 퍼팅 그립을 바꾸고 우승한 선수들도 있지 않은가.
숏 퍼트가 안 되는 골퍼들은 그립을 굵은 것으로 바꾸면 확 좋아질 수도 있다. 굵으면 손에 전해지는 감각이 너무 둔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게 둔해서 숏 퍼트의 미스를 줄일 수 있다. 안되면 뭐든 크게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클럽이든 그립이든….
6. 장갑은 껴야 하고, 퍼팅 땐 벗어야 한다?
남자는 장갑을 왼손에만 끼고 여성은 양손에 끼는 것이 주말골퍼에겐 고정관념으로 박혀 있다. 장갑을 안 끼고 대단한 업적을 거둔 선수들도 있다. 프레드 커플스(미국)가 그랬고, 이름은 장갑과 비슷한 Glover인데 장갑을 끼지 않는 선수로 자주 언급되는 루카스 글로버(미국)가 그렇다. 장갑을 안 낀다면 살 필요도 없고 꼈다 벗었다 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간편할 것 같다.
반대로 퍼팅할 때 장갑을 반드시 벗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주말골퍼는 대부분 그린에 올라오면서 장갑을 벗는데, 장갑을 끼고 퍼팅을 해서 더 잘 된다면 굳이 벗어야 할 이유는 없다. 퍼팅 랭킹 최상위권인 박현경(22·한국토지신탁) 선수가 그렇지 않은가. 장갑을 낀 상태로 퍼팅을 하는 박현경은 지난해 KLPGA 퍼트수 1위(라운드당 평균 29.45개)에 올랐다. 유러피언 투어 통산 승수 1위인 고(故)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는 숏 게임 마스터라고 불렸다. 그는 항상 예측불허의 숏 게임을 했다. 띄울 것 같았는데 굴렸고, 그린 주변에서 퍼팅을 할 것 같았는데 웨지로 칩인을 했다. ‘반드시 이래야 돼’라는 고정관념보다는 ‘지금은 이렇게 해야지’라는 유연함이 창의적인 플레이로 이어졌다.
물론 잘되면 그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골프는 잘되는 것이 오래가지 않는다. 안되는데 뭐든 바꿔야 하지 않겠나. 샷은 바꿔야 바뀐다.
강찬욱 시대의 시선 대표,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고, 현재는 CF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로 일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골프의 기쁨』 저자, 최근 나쁜 골프』는 신간을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 골프’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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