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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지마” 한마디에 사람들 멈췄다... 이태원 참사 후 지하철 풍경

notaram 2022. 11. 3. 07:18

“밀지마” 한마디에 사람들 멈췄다... 이태원 참사 후 지하철 풍경

정채빈 기자
입력 2022.11.03 00:00 | 수정 2022.11.03 00:56




핼러윈데이를 맞아 이태원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참사가 발생한 이후 늘 혼잡하던 대중교통의 풍경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소셜미디어상에는 최근 시민들이 질서를 지키며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게시글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한 네티즌 A씨는 지난달 31일 “소름 끼쳤다. 퇴근시간에 건대입구 환승구간 계단은 내리는 사람, 타는 사람 뒤엉켜서 지옥 같은데, 오늘은 계단에서 사람들이 일정 간격 두고 선 채 기다리면서 올라가더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이 통제한 줄 알았는데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질서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가 현상으로 나타난 거라 생각된다”며 “참사 현장을 떠올리며 걸었을 그 무거운 발걸음들…질서를 지키는 건 좋은 일이지만 한편 마음이 아프다”고 답글을 남겼다.

다른 네티즌 B씨는 지난 1일 “오늘 지하철 타는데 누가 계속 뒤에서 밀길래 ‘밀지 마세요!’라고 말하니까 동시에 주위 사람들 다 멈췄다”며 “사람들이 멈췄다 해도 싸한 분위기는 10초 넘게 유지됐다”고 했다. 이어”보통은 밀지 말라고 해도 밀어붙이는데 남녀노소가 일제히 멈추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많이 씁쓸하고 조금 슬펐다”고 했다.

같은날 네티즌 C씨는 “신논현역에서 삼성역까지 360번 버스를 타는데, 문을 열고 닫기 힘들 정도로 항상 만원이다”라며 “어제부터 생긴 변화는 사람들이 그 정도로 껴서 타지 않고 다음 차를 기다린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나도 출퇴근할 때 지하철 이용했는데 (참사 이후) 미는 사람들이 적어졌다”, “9호선 출근 시간에 사람들이 밀어서 휘청거리는 순간도 많았는데 없어졌다. 어떤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있을지 알거 같아서 슬프다”, “원래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엔 자기가 먼저 가려고 끼어들고 그랬는데 걸을 때도 밀지 않는다. 각자 최소 8cm 정도 떨어져서 서 있다. 최근 3일 동안 (대중교통에서) 누구랑도 닿지 않았다” 등 경험담이 쏟아졌다. 반면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미는 사람들이 있다며 질서를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안전 문제 긴급 점검에 나섰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2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신도림역, 사당역, 종로3가역과 9호선 주요 역사는 늘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낀다”며 “우선 시와 서울교통공사가 합동으로 혼잡도가 높은 역을 찾고 전문가와 현장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석이 끝나면) 이동 동선과 안전시설 보강, 대피 공간 확보, 모니터링 CCTV 설치 등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바로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