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국에서 이승우 지음 은행나무

notaram 2022. 10. 21. 18:57

이국에서   이승우 지음   은행나무
   일부러라도 이렇게 하기 힘들었을 텐데 소설 출간 시점이 무척 공교롭다. "정치에는 돈이 필요하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정치가에게는 큰돈이 필요하다." (22쪽) 이런 소설 속 문장을 연상시키는 상황이 마침 현실 정치에서도, 의미심장하게 소설 속에서도 벌어지고 있어서다.
    아시다시피 최근 한국 정치에 태풍처럼 등장한 이슈는 유력 야당 정치인의 대선 자금 수사다. 소설 속 사건 역시 한 유력 정치인의 정치 자금 스캔들이다. 소설의 '보스'는 재선에 도전한 인구 300만 광역시의 수장. 이 도시의 시장은 대선 출마의 관문처럼 여겨지는 자리다. 지방선거는 그의 최종 목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선거 6개월을 앞두고 시장의 뇌물 스캔들이 터진다. 아퀴가 들어맞지는 않지만 드러난 '재료'는 사실상 현실 정치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일부러라도 이리하기 힘들었을 테니, 소설 외적인 이득이, 만약 이득이 있다면, 작가 이승우가 의도한 바는 아니다. 오해를 부를만한 소설 설정은 보스의 최측근 중 하나인 황선호의 뒤바뀌는 운명, 이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스 캠프의 수습책은 꼬리 자르기. 선거 핵심 참모 중 하나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선거일까지 6개월간 잠적한다는 것이다. 이 '과녁 지우기'는 황선호가 생각해낸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함정에 빠진다. 측근 누군가는 독박을 써야 한다는 그림을 그리면서 정작 자신이 독박을 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한 것이다. 작가는 쓴다. "제안자는 항상 제안한 내용의 외부에 자기를 놓고 사유한다." (30쪽)


BOOK
최신 기사













5만그루 청와대 나무 중 최고 어른은 700세 넘은 주목[BOOK]


2022.10.21 14:00













100여년 전 이광수의 '무정'에 나온 샌드위치 기차도시락[BOOK]


2022.10.21 14:00













카리스마 없이 16년 통치...특별한 게 없어 특별한 정치인[BOOK]


2022.10.21 14:00





    이렇게 제시한 외부인에 대한 사유는 황선호 자신이 보보라는 가상 도시에 유배돼 외부인으로 전락하면서, 보보 안의 외부인 공동체 '친구들의 집' 이야기를 통해 반복 확대된다. 소설은 정치소설이 아니라 일종의 인권소설인 것이다. 뜬금없이 외부자라니. 이런 느낌이 든다면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한 초라해진 우리 모습을 너무 쉽게 잊은 것이다. 외부인이라면 질색팔색하던 우리 모습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