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힌두교 유학생 늘자… 대학 식단도 바뀐다
강지은 기자
박혜연 기자
입력 2024.01.15. 03:00업데이트 2024.01.15. 07:54
경기 수원의 한 대학원생 김모(24)씨는 연구실 식사 메뉴를 선정할 때마다 인도 출신 힌두교 연구원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한다. 힌두교도에 비건(채식주의자)인 탓에 고기가 들어간 단체 식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르다, 결국 학교 밖 뷔페를 간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고, 이들의 종교도 다양화되면서 고기 위주였던 대학 식단이 변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 2018년 16만670명에서 2022년 19만7232명으로 23%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힌두교·이슬람교를 믿는 남아시아·중동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힌두교도는 소고기를, 이슬람교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인도, 베트남, 몽골 유학생이 사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하숙집 주인은 “하숙생 중 누구는 돼지고기를, 누구는 소고기를 못 먹는다고 해서 예전처럼 한식 위주의 메뉴를 내놓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하숙집 주인은 “이전엔 곰탕 같은 고기 국물 음식을 자주 내놨는데 최근엔 잘 만들지 않고 있다”며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하는 학생들 때문에 음식에 사골 국물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학교는 유학생을 위한 식당 메뉴를 내놓거나 원재료를 자세히 공개한다. 고려대는 음식에 돼지고기 등이 사용됐는지 문의가 빗발치자 학생 식당에 원재료를 공개하고 있다. 매주 한 번씩은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가 들어간 식단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경희대에선 학생식당 메뉴에 ‘돼지고기 불포함’이나 ‘할랄 육류 사용’ 등의 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특정 음식을 먹지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학생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도 출신 서울대 공대 연구원인 A(36)씨는 지난 11일 학생 식당 메뉴판에 ‘불고기비빔밥’ ‘된장찌개’ ‘beef(소고기)’가 적힌 걸 보고 발길을 돌렸다. 소를 먹지 않는 힌두교도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학생 식당 대신 학내 샐러드 가게를 찾았다. A씨는 “일주일에 3~4번 정도 학생 식당에 평소 못 먹는 음식이 나와, 식사할 수 있는 곳을 찾으러 다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