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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서울 헬레나 로 지음 우아름 옮김 마음산책

notaram 2023. 11. 11. 11:28

아메리칸 서울   헬레나 로 지음   우아름 옮김   마음산책

그의 회고록인 이 책의 우리말 부제 ‘미국에서 한국인 여성 의사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절반만 맞는다. 백인 남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소아청소년과 의사이자 의대 교수였던 그는 2004년 의사를 그만둔다.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이라고 했지만, 실은 일에 대한 회의감과 여러 인간적 아픔이 짙은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대학에서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다

책에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삶의 면면이 담겼다. 미국 이민 이후 아버지에게 벌어진 일, 소송을 비롯해 의사로서 경험한 일, 어머니의 자살 시도, 자매들과의 불화, 힘겨웠다는 말로 부족한 지난한 이혼 과정, 뒤늦게 그 상처를 마주한 어린 시절의 일 등을 고루 담아냈다. 아들을 낳지 못하고 한국을 떠난 부모를 비롯해 가부장제 시대의 질곡 역시 어른거린다

우간다에서부터 영어를 익히는 게 우선이었기에 그는 모국어를 잃었다. 미국의 한인들에게서 한국 사람이 한국말을 못한다는 비아냥을 듣거나, 반대로 격려를 얻기도 했다. 뒤늦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왕래가 없던 한국의 이모네서 뜻밖의 환대를 받고, 지독히 힘든 시절 한국 드라마를 도피처 삼기도 했다. 쿠바 여행의 계기도 한국 드라마 ‘남자친구’였다. 물론 그는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드라마와 다른 쿠바의 면면도 이내 발견하지만

그렇게 ‘나’를 다시 찾아 나서고, ‘나’의 삶을 살아가려는 여정이 담긴 이 책은 그의 삶의 완결편이 아니다. 작가로서 그의 첫 작품, 새로운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