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이의 아픔을 계기로 정신질환을 전방위적으로 파고든 의사 엄마의 처절한 연구 기록이자 투병 일기입니다.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기록이죠. 실제로 문화인류학자인 로이 리처드 그린커는 정상은 없다메멘토)라는 책에서 ‘우리는 어느 누구도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어요. ‘정상이란 오랫동안 사회가 누구를 받아들이고 누구를 거부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쓴 개념이며 유해한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육체질환이나 정신질환을 마주합니다. 이 책은 그런 모두를 위한 가이드북입니다
가족이 정신 질환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바로 알아챌 수 있을까요? 저자는 쉽지 않다고 말해요. 현대 의학이 나날이 발달하고 있지만, 인간의 뇌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많습니다. 뇌의 작동 방식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죠. 정신질환은 신체질환보다 파악하기 힘들고, 오진도 많습니다. 환자가 병을 인식하는 일도 어렵고요. 그래서 병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를 거부하기도 하는데요. 저자는 '부모가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만약 아이가 낯선 말과 행동을 한다면, 화부터 내지 말고 '병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거죠. 뇌과학을 비롯한 전문서적을 읽으면서 공부하고, 병을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우선입니다
아이가 정신질환을 진단받으면 부모가 공황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저자도 ‘이렇게 스트레스가 많은데 내 명에 죽을 수 있을까’ 싶었다고 해요. 아이가 자해하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 충격적이었는데요. 약물치료를 거부하거나 치료에 따른 부작용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력해졌다고 합니다. 저자는 ‘부모가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신에게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아이와 차라리 떨어져 지내는 것도 좋다고요. 부모는 우선순위에 있는 일을 하며 본인을 챙겨야 합니다. 질환을 치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완급조절을 잘해야 해요
자식을 키우려면 돈이 끝없이 들어간다고 하는데요. 정신질환자의 가족은 생각보다 더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합니다. 진단 초기에 병을 확실하게 고치겠다며 돈을 막 쓸 수도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치료는 장기전입니다. 부모는 지속해서 치료비를 쓰게 되고요. 아이가 치료하느라 일하지 못하면, 생활비까지 부담하게 됩니다. 입원하면 입원비도 내야 하고요. 정신질환으로 장애인 등록 신청을 해서 공적 지원을 받는 방법도 있는데요. 그 방법도 쉽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일단 '환자가 자립해서 생활하게끔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환자가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벌면 자긍심을 높일 수 있고요. 생활을 기획하며 자립심도 키울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가족 중에 정신질환자가 있어도 그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요. 저자도 가까운 친구는 물론 부모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주변인들이 저자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잦았다고 하는데요. 저자는 가까운 가족에게 ‘더 빨리 알리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가족이 해체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이는데요. 부부가 서로를 탓하다 이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저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부모가 정신질환이 있는 아이에게 맞추라’고 권합니다
저자는 전작인 죽음을 배우는 시간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에서도 현재를 잘 사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한 바 있는데요. 과거를 원망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잘 살라는 것이죠. 물론 정신질환자 가족에게는 과거도 소중해요. 하지만 ‘아이가 준 기억은 이따금 열어보는 보물 선물로 간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해요. 미래를 걱정하며 고통스러워할 필요도 없고요. ‘내가 죽으면 내 아이를 누가 챙기나’ 걱정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자는 지금 할 일을 찾아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를 쓴 론 파워스는 자식을 이용한다는 세상의 비난을 두려워했는데요. 저자도 그런 비난을 걱정했을 겁니다. 저도 책을 읽기 전에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요.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 책은 엄마가 자녀에게 건네는 귀한 선물이더군요.
론 파워스는 자식을 이용한다는 세상의 비난을 두려워했는데요. 저자도 그런 비난을 걱정했을 겁니다. 저도 책을 읽기 전에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요.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 책은 엄마가 자녀에게 건네는 귀한 선물이더군요.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보고, 공부하고,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자녀 역시 힘을 얻을 것 같아요.
독자들도 책을 읽으며 변할 겁니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고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요. 근본적으로 '우리가 더 나은 환경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저자는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미쳤다”를 “아프다”로 바꾸면 환자에 대한 낙인이 옅어진다고 하네요. '정신질환'을 '뇌질환'으로 바꿔 부르면 마음의 병이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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