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있는 외국인도 일정기간 한국 살아야 투표권 주는 案 검토”
한동훈 법무 “제도 개편 필요”
이슬비 기자
입력 2023.06.21. 03:00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영주권을 보유한 외국인에게 국적과 상관 없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고 있는 현행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한 장관은 작년 12월 “우리 국민은 영주권을 가져도 해당국에서 투표권이 없는데 상대 국민은 한국에서 투표권을 갖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상호주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인 투표권 부여는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이 영주권을 받고 3년 만 지나면 한국에서 살지 않고 자국으로 돌아가 생활하더라도 우리 지방선거에 투표권을 가지는 상황은 문제”라며 “(투표권의 전제가 되는) 영주권 유지 요건에 한국 의무 거주 기간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은 올 1월에도 “이민 정책을 새로 정립하는 과정에서 영주권이나 그와 연계된 투표권 문제의 불합리한 점을 바로잡겠다”면서 “기본적인 방향 자체가 상호주의이며 여러 가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말하는 ‘상호주의’ 원칙은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국가 출신 외국인에게만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중국은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중국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아야 한다. 작년 3월 기준으로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은 총 12만6668명이며 이 가운데 9만9969명(78.9%)이 중국 국적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영주권을 받은 지 3년이 지났고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있는 18세 이상 외국인’은 모두 지방선거 투표권을 갖는다. 해당 외국인의 출신 국가가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또 영주권 취득 후 3년만 넘기면 한국에 살지 않아도 투표권이 유지된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영주권 유지 조건에 의무 거주 기간을 추가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도 외국인 투표권 제한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4건이 발의돼 있다. 외국인의 출신 국가가 다른 나라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고 있고, 해당 외국인이 한국 영주권 취득 후 5년 이상 지속적으로 국내에 거주한 경우에만 투표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 등이 골자다.
한편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은 유럽연합(EU) 국가 출신 외국인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영국, 호주 등도 영연방 국가 출신에게만 투표권을 준다. 외국인의 국적을 묻지 않고 투표권을 인정하는 나라는 칠레,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헝가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