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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지옥’ 해소 못하면 저출생 극복 불가능하다 입력 2023.06.17. 03:16

notaram 2023. 9. 16. 10:25

[사설] ‘교육 지옥’ 해소 못하면 저출생 극복 불가능하다

조선일보
입력 2023.06.17. 03:16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출제하면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이란 말인가”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당장 수험생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과도한 사교육 의존을 부채질하는 입시 환경의 개선 없이는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3월 나온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1년간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 강의 등에 쓴 돈이 무려 26조원에 육박했다. 사교육에 참여한 78.3%로 한정하면 학생 1인당 월 52만4000원을 사교육에 쓴 것이다. 이런 감당하기 어려운 사교육비가 교육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출생률 저하의 이유 중 하나다.

사교육 지옥은 너무나 지나친 입시 경쟁이 낳은 것이기도 하다. 이제는 초등학생이 의대반에 들어가려고 경쟁하는 지경이다. 이른바 명문대에 입학하고도 더 나은 대학이나 의대에 진학하겠다고 재수를 한다. 좋은 대학 입시에 실패하면 그 순간 패배자나 낙오자처럼 되는 것도 현실이다. 외국에서 한국의 이런 교육 현실을 ‘압력 밥솥’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학생 학부모를 압력 밥솥에 넣고 찌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겠나. 이런 교육 지옥을 만들었지만 학생들 역량이나 우리나라 학문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도 없다.

사교육은 치유 불가능한 질병이 아니다. 2009년 방과 후 학교에 교과 교육을 포함하고 2010년 EBS 교재의 수능 연계율을 70%로 올리는 등 적극적인 사교육 경감 대책을 추진하자 사교육비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감소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이후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에 관심을 갖지 않자 지금 상태에 이른 것이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으로 지나친 대학 서열화의 해소 등 교육 혁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들도 과감하게 문호를 열어 사회 병리 현상 치유에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