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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벽돌책] 조현병 환자가 나의 이웃이어도 괜찮을까
입력2023.08.26. 오전 3:06
조현병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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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쪽 분량인 E. 풀러 토리의 ‘조현병의 모든 것’(심심)을 집어 든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론 파워스가 쓴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를 감동적으로 읽은 뒤 이 병을 더 알고 싶었다.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범죄 사고를 여러 차례 기사로 접하는 동안 과연 그들을 내 이웃으로 둬도 괜찮을지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 이 병은 곧잘 여러 가지 상징이나 비유에 동원되는데 그게 얼마나 적절한지도 궁금했다.
그런 정도의 의문을 품은, 전문적 의학 지식이 없는 교양 독자가 읽기에 좋은 책이었느냐. 그랬다. 조현병과 가까이 있지 않은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어려운 용어 없이 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되어 있고, 복지 서비스, 개인의 자유, 폭력, 현대사회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대목이 많다. 두려움 속에서 서로를 비난하며 사는 환자 가족들의 삶을 상상하거나,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 어떤 조건에서 성립하는지 같은 문제를 고민하느라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여러 번 멈춰야 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여전히 어떤 딜레마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현대 의학은 이 병의 원인조차 제대로 모른다. 환자의 내면은 나의 이해 밖이다.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게 되는 것, 헛것을 보고 주인 없는 목소리에 시달리는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나는 이 병이 지닌 모순과 잔인함을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병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이 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의 모순과 잔인함에 대해서는 조금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조현병을 얼마나 많이 알게 됐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이 병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많이 알게 됐다고. “조현병 환자를 이웃으로 둬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은 이제 몹시 투박하게 들린다. 이미 내 이웃 중에, 지인 가족 중에 환자가 있을 것이다. 그들이 한사코 그 사실을 숨기고 있을 뿐. 100명 중 1명꼴로 조현병을 앓는다고 한다. 그렇게 흔한 질환이다. 그런데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주민이 2000명이 넘는다.
북스
장강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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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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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있는 상태에 강한 충격이 연이어 오면 과연 누가 견뎌낼까요, 평소에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큰 충격이 와도 그나마 버텨내겠죠. 무지한 경우가 많으므로 초중고 아이들도 미리 제대로 알고 조심하고 예방하고 평소에 운동 즐기고 스트레스, 건강관리 잘 하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질환도 다른질병처럼 잘 알고 예방하는 마인드를 초중고 아이들도 가지면 좋겠습니다.2023.08.2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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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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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목에 누군가 칼을 겨누고 협박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은 충격에 입원하게 되고 다시 원래 모습으로 회복했습니다. 다시 그는 복용을 제대로 하지않은채로 재발을 하고 그의 지인들은 귀신이 씌인것이라고합니다. 몇년이 방치된채로 혼자 괴롭게 방에 방치된 그는 다시 입원합니다. 치료는 받았으나 전처럼 회복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공격성은 없으나 건강했던 그때처럼 생각하고 말을 할때도 있지만 어눌한 때도 있는거죠. 그러면 그 어머니는 정말 피눈물이 나는겁니다. 무지로 치료가 늦기도 했던 때가 있었죠. 제때 그리고 잘 관리되면 다행인겁니다2023.08.2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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