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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2일만 버티게 해 달라. 공무원 수백 명 날아간다”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3-08-09

notaram 2023. 8. 9. 20:40


[사설]“12일만 버티게 해 달라. 공무원 수백 명 날아간다”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3-08-09 08:49:51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한 가운데 잼버리 담당 행정 기관들이 늑장 준비로 행사 파행을 자초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6년 전 개최지가 선정되고 예산이 거듭 증액됐으나 행사 직전에야 본격 공사를 시작하고 예산은 제때 쓰지도 않았다.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했던 행사가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건 관재(官災)라 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가 잼버리 공사 발주 내역을 분석한 결과 상하수도를 포함한 기반시설 공사를 시작한 때가 2021년 11월이다. 잼버리 안전도를 미리 점검하는 프레잼버리 개최 예정일이 지난해 8월이었다. 프레잼버리 전에 끝내야 할 공사를 9개월 앞두고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로 프레잼버리를 취소한다’고 했는데 코로나는 핑계였고 준비가 안 돼 못 한 것 아닌가.

샤워장과 급수대 설치는 올 3월에야 시작했다. 발주가 늦어져 계획 물량의 43∼67%만 설치하고 끝났다. 행사 조직위는 “이러다 큰일 난다”는 업체의 잇단 경고를 무시하다 지난달 장마로 영지가 침수되자 “(행사가 진행되는) 12일만 버티게 해 달라. 공무원 수백 명 날아가게 생겼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새만금 잼버리 사업비는 원래 491억 원이었지만 1000억 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사업비 증액을 요구해 놓고 제때 쓰지는 않아 국회가 세 차례나 행사 차질을 경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에는 “잼버리 지원사업 보조금 집행률이 57.4%에 불과하다”고 했고, 지난해 11월에는 “행사가 1년도 남지 않았는데 기반시설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도의 지난해 잼버리 예산 집행률도 58%에 불과했다. 새만금 국제공항과 새만금 신항만을 포함해 10조 원이 넘는 간접사업비를 받아놓고 정작 잼버리 준비엔 소홀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