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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기여도 1위 고혈압 죽음의 도화선 될 수도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자 ‘전 세계 年 1000만’
국내 성인 유병률 27.7%, 증상 없어 방치돼
심혈관·뇌혈관질환 위험 높여… 관리 필수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8.29. 03:00
업데이트 2022.08.29. 10:42
전 세계 가장 큰 사망 원인은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 140㎜Hg 이상,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혈관이 높은 혈압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혈관이 손상되고, 혈관이 딱딱해지고 좁아지는 동맥경화가 진행한다. 심근경색·뇌졸중·신장질환 등으로 이어지게 되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세계적 의학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4개 국가를 대상으로 286가지의 사망원인과 87개의 위험요인을 분석한 결과, 세계 사망 기여도 1위 질환은 고혈압이었다. 2019년 한 해 고혈압으로 인한 사망자는 1080만명으로 세계 사망원인의 19.2%를 차지했다.
고혈압은 ‘저승사자의 경고’
지난해 기준 20세 이상 인구 중 고혈압 환자는 1374만명으로 유병률이 27.7%에 달한다. 성인 3~4명 중 1명은 고혈압 환자인 셈이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어서 방치하기 쉽다. 그러나 조용히 혈관과 장기를 손상시켜 ‘저승사자의 경고’ ‘침묵의 살인자’ ‘시한폭탄’ 등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고혈압이 원인이 돼 사망하는 가장 대표적인 질병은 심혈관질환이다. 영국 파르 보건 연구원은 전 세계 125만명을 대상으로 고혈압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 분석했다. 30세 이상 연령 중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약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고혈압 환자들은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5년 정도 더 일찍 심혈관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환자들이 평생 심혈관질환을 겪을 위험은 약 63%로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들의 46.1%와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이 연구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이 20㎜Hg 높아졌을 때 안정형 협심증 발병 위험이 44% 상승했으며, 심근경색 29%, 심부전 27%, 관상동맥질환 사망이 2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뇌내출혈과 허혈성 뇌졸중 발병 위험도 각각 44%와 3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혈압이 뇌혈관질환과도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목표 혈압 더 낮춰라”
고혈압의 위험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을 더 낮추는 추세다. 국내 학계의 권고 지침도 변경됐다. 기존에는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이 140/90(㎜Hg)였지만 개정된 지침에서는 ‘심뇌혈관질환 고위험 환자군’의 경우 목표 혈압(수축기)을 130/80까지 낮추도록 권고했다. 먼저 합병증이 없는 ‘단순 고혈압’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목표 혈압을 140/90 미만으로 유지하면 된다. 현재 합병증은 없지만, ‘무증상 장기 손상’이 있거나 ‘심뇌혈관 위험인자’가 여러 개(3개 이상 또는 당뇨병 환자는 1개 이상) 있는 경우에는 목표 혈압을 130/8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무증상 장기손상이란 증상은 없지만 검사상 뇌(미세출혈, 무증상 뇌경색 등), 심장(좌심실비대), 신장(알부민뇨 등), 혈관(죽상경화반), 망막 등에 손상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심뇌혈관 위험인자로는 ▲고연령(남성 45세 이상, 여성 55세 이상) ▲젊은 나이(남성 55세 미만, 여성 65세 미만)에 심뇌혈관질환을 앓은 가족이 있는 경우 ▲흡연 ▲비만(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당뇨병 전단계가 있다.
◇고혈압 대표 합병증
협심증·심근경색
고혈압이 있으면 혈관벽이 받는 압력이 커지면서 혈관에 상처가 생긴다. 이때 염증세포가 발생하면서 상처 부위에 혈전(피떡)이 생기고 혈관을 막아 협심증·심근경색 같은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전단계 고혈압(130~139㎜Hg)의 경우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37% 증가했으며, 고혈압의 경우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66%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졸중
뇌의 무게는 전체 몸무게의 2.5%에 불과하지만,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은 전체의 20% 달한다.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혈류가 많이 가는 장기이고, 심장에서 대동맥을 통해 혈액이 뿜어져 나올 때 가장 먼저 도달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특히 혈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혈관이 딱딱해지고 혈관 내부가 막히거나 터져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캐나다 연구팀이 2만70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고혈압의 뇌졸중 발병 기여도는 47.9%에 달했다. 고혈압을 예방하면 절반 정도의 뇌졸중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신장질환
신장은 미세혈관 덩어리다.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미세혈관들이 손상되면서 신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신장의 대표 기능인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초기에는 단백뇨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점차 악화되어 신경화증, 만성 신장질환, 요독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고혈압성 망막병증
고혈압은 망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망막 역시 미세혈관으로 이뤄져있다. 고혈압으로 인해 망막에 있는 작은 혈관이 손상되면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혈관을 통해 흐르는 혈액의 양이 줄어든다. 망막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감소하면 망막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망막 손상은 시력 저하·실명으로 이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