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려 하지 말고 정직하게 써라”
에르노, 수상 기념 기자회견
이영관 기자
입력 2022.10.08 03:00 | 수정 2022.10.08 03:00
“여성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82)가 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한 출판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에르노는 임신 중단, 빈곤 등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삼은 글 쓰기로 사회적 불평등을 폭로해 왔다.
이날 에르노는 “여성이 자유와 권력에 있어서 남성과 동등해졌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여성이 엄마가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이)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언급한 문제뿐만 아니라 세상의 평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책임이 생겼다”며 “앞으로도 (글 쓰기를 통해) 불의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 수여되는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원)에 대해서는 “돈은 나에게 목표가 아니다. 어떻게 써야 잘 쓸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나는 항상 노벨문학상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해 왔다. 한 번 받은 뒤에는 이름 뒤에 상이 배지처럼 따라 다녀서, 더 이상 진화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이날 공식 트위터에 에르노와의 전화 인터뷰를 공개했다. 에르노는 “누가 노벨상을 받는지 궁금해 주방에서 혼자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며 “수상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 사막에 있다가 하늘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노벨 관계자가 “당신의 작품을 어디서부터 읽으면 좋겠나”라고 묻자, 에르노는 “내 책들은 주제와 내용의 측면에서 서로 닮지 않았다. 또,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에게 다른 추천을 해야 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끝으로, 에르노는 다독(多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벨 관계자가 젊은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에르노는 “젊은 사람들은 때로 ‘나는 읽지 않고 쓴다’고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잘 쓰려고 고군분투하기보다는 정직하게 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