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제3전선, 정보전쟁] 3차 중동전 승리, 이스라엘 정보력 〈상〉

notaram 2023. 5. 27. 08:00


중앙SUNDAY
이집트 조종사 식사 시간 캐내 급습, 이스라엘 6일만에 V 기적
입력2023.05.27. 오전 12:21

[제3전선, 정보전쟁] 3차 중동전 승리, 이스라엘 정보력 〈상〉
원본보기
1967년 12월 7일 한 이스라엘 병사가 대공포에 격추된 이집트 공군 수호이 전투기 잔해 위에 서 있다. [AP=연합뉴스]
1967년 6월 5일 오전 7시45분, 이스라엘 전투기 184대가 이집트를 향해 발진했다. 이집트 공군 조종사들이 일상적인 아침 정찰 비행을 끝내고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던 시간을 택한 기습 공격이었다. 이것이 3차 중동전쟁의 시작이다. 교신 장치도 끈 채 지상에서 불과 50m정도의 초저공으로 비행하는 혁신적 작전을 감행했다. 이집트의 레이더망과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나일강의 안개가 막 걷힐 즈음 이집트 상공에 나타난 전투기들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이집트 공군 기지를 맹폭했다. 최신예 전투기, 활주로, 레이더기지 심지어 헬기까지 정확하게 폭격했다. 중동 최강으로 평가받던 이집트 공군은 불과 3시간 만에 파괴되었다. 세계가 깜짝 놀랐다.

이중간첩 활용, 기만 정보도 흘려

놀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북쪽의 안보위협인 시리아도 맹폭했다. 핵심목표는 골란고원이었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지형 때문에 전략적 요충지로 불린다. 시리아는 골란고원 방어에 온 힘을 쏟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어 놓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그 자랑거리도 공습개시 10시간 만에 무너졌다.

이스라엘은 전쟁 첫날 이집트 공군기 419대중 304대, 시리아 공군기 112대중 53대, 요르단 공군기 28대 전체를 파괴하여 아랍의 반격능력을 무력화시킨 뒤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갔다. 시나이반도, 골란고원,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이스라엘은 6일 만에 전쟁을 끝내 버렸다. 전 세계가 경악했다. 아랍연합국에 비해 국력이 열세인 이스라엘이 온갖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불과 6일 만에 승리를 이끈 것은 기적에 가까왔다. 3차 중동전쟁에 6일 전쟁이란 별칭이 붙은 것에는 그러한 기적적 승리에 대한 놀람의 의미가 배어 있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 법이라고 했던가. 이스라엘의 승리도 마찬가지였다. 그 뒤에는 헌신적 정보활동과 이를 토대로 수립한 과감한 군사작전, 그리고 지도자들의 결단이 있었다. 전광석화와 같은 공습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정확한 정보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본보기
1967년 6월 10일 골란고원으로 진격하는 이스라엘군 탱크. [사진 이스라엘 정부 공보실]
D-데이 H-아워의 결정부터가 그랬다.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조기에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아랍연합국(특히 이집트)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 급습하여 반격 능력을 초기에 무력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이스라엘은 인간정보(휴민트)와 신호정보, 통신정보를 종합한 결과 이집트 조종사들이 매일 아침 정찰 비행을 한 뒤 7~9시 사이에 규칙적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침 7~9시 사이에는 하늘에 떠 있는 이집트 비행기가 한 대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중요 정보였다. 작전 시간 ‘아침 7시45분’은 그렇게 정해졌다. 또한 6월 5일에는 이집트 공군이 조기경보장치를 일시 꺼둔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압델 하킴 아메르 총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수송기를 타고 시나이반도 시찰에 나서는데, 이때 군 수뇌부를 태운 수송기가 이집트 반군에 의해 격추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경보장치를 꺼둔다는 것이다. 이 정보는 공습 날짜를 정하는데 중요한 정보로 활용되었다. 이렇게 해서 기습 공격의 시점이 ‘6월5일 7시45분’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집트에서 맹활약한 이스라엘 정보요원 볼프강 로츠. [사진 이스라엘 정부 공보실]
이스라엘은 2차 중동전쟁 이후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에 대비하여 꾸준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이집트 정보 수집에 많은 공을 쏟았다. 이스라엘 군(軍)정보기관인 아만(Aman)의 정보요원 볼프강 로츠의 활약이 특히 빛났다. 독일인 사업가로 위장하여 이집트에 침투한 로츠는 상류층의 고급사교장인 승마학교 운영을 통해 이집트의 장성·관료·정치인 등 유력인사들과 인맥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집트군의 부대배치, 방어시설, 통신망 등 유사시 공격목표를 상세하게 수집했다. 특히 이집트 군 장교들과 친하게 지낸 로츠는 전투기 정비 상황에서부터 이집트가 이스라엘 공군을 기만하기 위해 제작한 모조 비행기 정보까지 기습공격에 긴요한 정보들을 수집했다. 이집트 조종사들의 아침 식사 시간도 로츠가 알아낸 정보였다.

정보자산이 전쟁 승리의 나침반

한편 모사드는 이스라엘보다 성능이 우수한 아랍연합군의 소련제 전투기 성능정보 수집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이라크 공군조종사 무닐 레드파를 포섭하여 1966년 8월 미그21 전투기를 몰고 이스라엘로 귀순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미그G 21은 점화용 탱크에 총탄을 맞을 경우 공중 폭발한다는 단점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정보는 이스라엘이 공중전을 주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인 신베트도 이중간첩 알 가말을 통해 이집트군 지휘부를 기만하는 데 기여했다. 알 가말은 이집트 정보요원으로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다 체포된 이집트 정보요원이었는데, 신베트는 처벌보다 설득과 회유를 통해 이스라엘을 위한 이중간첩으로 활용했다. 특히 3차 중동전쟁 즈음에는 알 가말에게 ‘이스라엘의 공격은 공군이 아니라 지상군 중심이 될 것’이라는 허위 정보를 이집트에 보내도록 조종했다. 허위 정보에 속은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대한 정보도 은밀하게 축적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 등장하는 사람이 전설적인 모사드 요원 엘리 코헨이다. 성공한 아르헨티나 교포 사업가로 위장하여 시리아에 침투한 코헨은 사교 파티 등을 통해 시리아 고위 인사들과 인맥을 구축했다.

코헨은 골란고원 정보 수집에 특히 공을 들였다. 코헨과 친해진 부대장들은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골란고원에 코헨을 초청하여 포대와 탱크, 주요 요새 등 곳곳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골란고원 방어계획까지 브리핑해 준 사람도 있었다. 코헨은 이를 고스란히 모사드 본부로 타전했다.

코헨의 활동은 정보를 빼내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고원에 배치된 병사들이 햇볕에 노출돼 일사병에 걸리는 등 건강에 좋지 않다며 진지마다 사막에서 잘 자라는 그늘용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어주겠다고 제의했다. ‘부대초청과 브리핑에 대한 감사’라는 말도 덧붙였다. 코헨은 당시 시리아 국방부 자문관까지 역임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제의를 받은 부대장들은 코헨의 말을 의심하기보다 오히려 영광으로 생각하여 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들이 훗날 이스라엘 전투기들의 골란고원 공습표적으로 활용되었다. 코헨의 정보활동 덕택에 이스라엘은 골란고원도 쉽게 점령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이던 모세 다얀도 코헨이 없었다면 골란고원 점령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전쟁 이전부터 모든 정보자산을 동원해 아랍의 군사동향을 꼼꼼하게 파악해 놓고 있었다. 국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지도부가 기습 전쟁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정보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보만으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러나 정보가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적의 취약점에 관한 정보는 실전에서 차질없이 활용되었으며 특히 적의 강·약점에 대한 정보는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정보가 전쟁 승리의 나침반이 되었다. 후세인 요르단 국왕이 이스라엘은 아랍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 언제 어떻게 어떤 목표를 공격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술회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정보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고전의 진정한 의미를 가장 설득력 있게 입증해 주었다. 전쟁의 승리를 이끄는 전장의 전투정보를 완벽하게 제공했고, 국가의 전쟁결단을 뒷받침하는 길잡이 역할도 했다. 더욱이 전쟁과정에서 보여준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과감한 정보 리더십과 정보 요원들의 숭고한 희생은 애절하면서도 존경스럽고 슬프면서도 교훈적이다. 마치 일곱 색깔 무지개를 보는 것 같아 쉽게 눈을 뗄 수 없다. 〈계속〉
제1차 중동전쟁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자, 이틀 후인 5월 16일 아랍연합군(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이라크)이 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 침공(1949년 2월 국제연합 중재로 휴전).

제2차 중동전쟁

1956년 7월 이집트가 수에즈운하를 국유화하고 이스라엘행(行) 선박의 홍해 티란해협 통과를 봉쇄하자,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한 전쟁(국제연합의 중재로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철수).


최성규 고려대 법학연구원 전임연구원. 국가정보원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국제안보 분야에 종사하였다. 퇴직후 국내 최초로 비밀 정보활동의 법적 규범을 규명한 논문으로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Copyright ⓒ 중앙SUNDAY.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섹션분류를 하지 않았습니다.
"황금두꺼비 새기다니" 탄식…달항아리 열풍 뒤 숨겨진 비밀
'불쾌한 골짜기' 사라져 충격…3주만에 1400만뷰 찍은 걸그룹
중앙SUNDAY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에서 선정하며 언론사 페이지(아웃링크)로 이동해 볼 수 있습니다.
중국 리오프닝에도 시름 깊은 한국 경제
김남국, 자금 규모·거래 빈도·투자 방식 코인업계 '큰손' 수준
'21세기 술탄' 장기 집권이냐, 20년 만의 정권 교체냐
"매매혼·성차별 논란" 농촌총각 외국여성과 맞선 지원 끊어
불심으로 쌓은 북한산성 정문, 의상·원효대사가 지킨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쏠쏠정보
0
흥미진진
0
공감백배
0
분석탁월
0
후속강추
0
중앙SUNDAY 언론사홈 바로가기
중앙SUNDAY가 이 기사의 댓글 정책을 결정합니다.
전체 댓글0MY댓글
댓글 상세 현황
현재 댓글 0작성자 삭제 0규정 미준수 0
댓글 쓰기
댓글 입력
댓글을 입력해주세요
댓글 정렬 옵션 선택
순공감순 최신순 공감비율순
BEST댓글 운영 기준 안내안내 레이어 보기
클린봇이 악성댓글을 감지합니다.
설정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앙SUNDAY 랭킹 뉴스
오전 6시~7시까지 집계한 결과입니다.
더보기
많이 본
댓글 많은




















구독한 언론사 바로가기
KBS
KBS
조선일보
조선일보
월간산
월간산
매일경제
매일경제
함께 볼만한 뉴스
안내
1 페이지 2 페이지 3 페이지 4 페이지 5 페이지
로그아웃 전체서비스

서비스안내 뉴스도움말 오류신고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제공처 또는 네이버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NAVER Corp. ⓒ 중앙SUN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