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에틸렌으로 코팅된 일회용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를 부었을 때 L당 조(兆) 단위의 나노플라스틱 조각이 녹아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당장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지만, 나노플라스틱이 인체에 흡수돼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연구팀은 20일(현지 시각) '환경 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일회용 컵과 식품용 나일론 백에서 L당 조 단위의 나노플라스틱 조각이 용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노플라스틱은 지름이 100nm(나노미터, 1nm=100만 분의 1㎜) 미만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이다. 지름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보다도 훨씬 작다.
분석 결과, 22℃의 물에서는 L당 2조800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용출됐다. 또, 100℃ 물을 담았던 일회용 컵에서는 L당 5조100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용출됐다. 물의 온도를 22℃에서 100℃로 올린 결과, 용출되는 나노플라스틱이 2배가 됐는데,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 용출에서 온도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일회용 컵을 재사용하는 경우를 가정해 100℃ 물을 다시 부었을 때도 나노플라스틱이 용출됐다
1번 재사용했을 때는 L당 1조6000억 개, 2번 재사용했을 때는 L당 2조2000억 개가 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나일론 백 역시 초순수로 헹궈낸 다음 90℃와 22℃의 초순수가 1L씩 들어있는 용기에 담아 1시간 동안 방치했다.
90℃에 노출한 나일론 백에서는 L당 35조 개, 22℃에 노출한 나일론 백에서는 L당 24조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용출됐다. 나일론 백에서 용출되는 나노플라스틱 입자 수가 일회용 컵의 7배나 됐다.
연구팀은 "미국 식품의약처(FDA)에서는 식품용 나일론의 경우 25℃에서 용출되는 양이 무게의 1% 미만이면 안전한 것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번 실험에서 25℃는 0.1%, 90℃에서는 0.28%가 용출돼 기준보다는 크게 낮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는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이 사람의 건강에 위험할 수 있는 나노입자의 중요한 공급원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에서 측정된 나노플라스틱의 평균 크기가 30~80nm로 척추동물의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번 새 일회용 컵에 300mL의 뜨거운 물을 담아서 13번만 마시면 사람 몸의 세포 숫자(15조 개)에 해당하는 나노플라스틱 입자를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