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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 몰락 가속화] “수도권에 쏠린 인프라, 비수도권 파멸 불러…청년들 지방 탈출은 필연”
입력2022.10.08. 오전 1:07
“지방대학 시대를 일관성 있게 실천하라!”
지난 7월 박맹수 원광대 총장(전북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장·사진)은 교육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돌연 1인 시위를 열었다. 당시 박 총장은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증원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지역대학이 처한 객관적인 현실을 널리 알리고자 1인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지역대학은 최근 총장까지 나서 학교의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로 극심한 인력난과 재정난을 겪고 있다. 박 총장은 “젊은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가는 현상을 막지 않으면 지방 소멸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의 청년들이 모여있는 지역대학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Q : 지역대학 상황은 어떤가.
A :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는 신입생만 3천명이 넘는 영호남 ‘빅 4’ 사립대학이다. 1946년에 설립된 이래 광주의 조선대, 대구의 영남대, 부산의 동아대와 함께 대한민국 지역 고등교육계를 이끌었다. 그런 원광대가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중심의 ‘대학 강제 서열화’, 수험생들의 ‘인(in) 서울’ 경향 등 복합적 요인으로 신입생 모집에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설립 76년이나 된 말 그대로 큰 학교(대학)임에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커 올해 3월 반도체·디스플레이학부 폐과를 결정했을 정도다. 소형 지역대학의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Q : 지역대학이 손 쓸 새도 없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A : “원광대가 위치한 익산시는 1990년대까지 호남 4대 도시로 불리던 저력 있는 지역이었다. 그런 익산시가 2017년 이후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30만 명대로 유지되던 익산시 인구는 2019년 29만 명대로 주저앉더니 2020년에는 28만2000명으로 감소했다. 지난 9월 심리적 마지노선인 28만 명이 깨져 27만5000명까지 줄었다. 30만 명 선이 무너진 지 불과 3년 만이었다.”
Q : 인구 감소 원인은 무엇으로 보는가.
A : “파멸적 수준의 수도권 집중이다. 익산에 좋은 일자리가 없다. 청년들이 도청 소재지인 전주로, 또 서울로 떠나는 이유다. 고령자만 남기는 그야말로 ‘탈출’로 봐야 한다. 나라 전체 경제력의 3분의 2, 국세 수입의 4분의 3, 기업의 70%, 100대 기업 본사의 95%, 의료기관의 51%, 정부 투자기관의 89%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최근 이슈가 된 반도체 분야의 산업기반도 91%가 수도권에 있다. 익산에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선호할 만한 일자리도 없고, 자기계발에 필요한 교육 시설이나 문화적 여건도 ‘열악’ 그 자체다 보니 탈출은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Q : 결국 수도권 인프라를 분산하는 게 답인가.
A :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를 분산시키지 않으면 지방 소멸만 가속한다. 지방 소멸은 필연적으로 비수도권대학의 동시 붕괴를 낳을 것이며, 우리 사회에 걷잡을 수 없는 위기를 촉발할 것이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 전환 없이는 이를 막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것을 내세운 것처럼 더 늦기 전에 국토의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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