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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 몰락 가속화] 대학 문 닫으니 상권도 초토화, 학교 앞 저녁 6시 인적 드물어 입력2022.10.08

notaram 2022. 10. 8. 10:36


중앙SUNDAY
[지방대학 몰락 가속화] 대학 문 닫으니 상권도 초토화, 학교 앞 저녁 6시 인적 드물어
입력2022.10.08. 오전 1:07  수정2022.10.08. 오전 1:39


“한창 잘 될 때는 새벽 2시까지도 열었지예. 지금은 오후 8시만 되면 그냥 닫아요. 근처 음식점도 다 폐업했고 상권이 완전히 주저앉았지예.”

지난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부산대학교 후문 앞. 20년간 ‘초원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박화전(66)씨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1978년 개교한 동부산대는 지난 2020년 8월 폐교됐다. 재단의 교비 횡령 및 부정 사용이 밝혀진 뒤 교육부의 교비 횡령 보전 요구를 이행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 영향으로 학교 앞 골목 상권이 가라앉았고 영업시간도 줄였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대학의 존폐 위기는 학생과 교수·학교에만 걸쳐 있지 않다. 인근 상인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다. 2000년 이후 19곳의 대학(전문대학 포함)이 폐교됐다. 그와 함께 인근 상권도 침체의 길을 걷거나 변하고 있다. 그중 비교적 최근에 폐교된 세 곳을 찾았다. 부산 동부산대학교, 남원 서남대학교(2018년 2월 폐교), 경산 대구미래대학교(2018년 2월 폐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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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부산 동부산대(폐교) 인근 상가에 폐업한 서점의 자취가 남아 있다. 윤혜인 기자
동부산대학교 후문의 초원슈퍼를 나와 정문 쪽으로 향했다. 상가는 공실이 수두룩하다. 한 3층짜리 건물의 경우 미용실 한 곳만 운영 중이었다. 분식집 셔터는 오래전 내려지고 만 듯, 화석처럼 굳어 있었다. 그 앞에 ‘월 주차 사용자 구함’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사라진 임대료를 어떻게든 보전하려는 건물주의 절박함이 글자에 묻어났다. 오후 5시, 한때 2300명(2017년)에 달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쏟아져 나왔을 거리는 침묵이 지배했다. 이 길목을 지키는 사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997년부터 학교 앞을 지키고 있는 고깃집 ‘오계절식당’은 그중 하나다. 김병태(68) 사장은 “잘 나갈 때는 이 (골목) 귀퉁이에만 PC·노래방·고깃집이 3~4개씩 있었는데, 들썩거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폐교 후 3년이 지난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얘기다. 상권이 무너지면서 김씨는 오전 9시~오후 10시 30분이던 영업시간을 오전 11시~오후 9시로, 하루 3시간30분이나 줄였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이 있어야 동네가 활성화되는데 … 그나마 단골손님들 덕에 버티고 있다”며 “저 밑 동네도 만만찮다”고 밝혔다.

김씨가 가리킨 ‘밑 동네’는 대학 정문에서 약 500m 떨어진 방송동 상권이다. 저녁 식사 시간인 오후 6시임에도 유동인구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현저히 적었다. 한 지역대학의 폐교는 쓰나미처럼, 연쇄적으로 상권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었다. 돈가스집을 운영하는 50대 사장은 “동부산대 학생들이 여기서 버스를 타서 유동인구가 많았다”며 “3년 전만 같았으면 지금 이 시간 이 거리가 복작거렸을텐데...보세요. 지금은 한 명도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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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전북 남원시 서남대(폐교) 후문 앞 식당과 문구점은 고물상이 됐다. 서남대 폐교 후 인근의 식당, PC방, 슈퍼 등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윤혜인 기자
지난달 30일 마주한 서남대 캠퍼스 인근 상권은 더욱 처참했다. 동부산대와 달리 아파트도, 지하철역도 없는 이곳의 상권은 그야말로 ‘몰락’ 수준이다. 차가 없는 학생들의 발이 되어 주었던 택시업계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20년차 택시기사 강모(61)씨는 “정문에서 터미널이나 역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기다렸는데 학생들이 사라지니 우리도 치명타를 맞았다”며 “오가는 사람은 노가다(현장직)하는 사람뿐”이라고 말했다.

서남대 캠퍼스는 잡초가 정강이까지 올라왔고 버려진 건지, 주차한 건지 불분명한 차량만 놓아져 있었다. 서남대 후문. 빛 바랜 식당과 문구점 간판 앞에 폐자재가 널려 있다. 근처의 수퍼와 자취·하숙방 앞도 마찬가지였다. 골목 상권은 거대한 고물상이 되고 말았다. 한 상가 1층의 닫힌 유리문 뒤에는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정문에서 300m 떨어진 율치마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장사 중인 음식점은 치킨집 한 곳 뿐이었다.

25년간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장근환(63)씨는 “매출? 폐교하자마자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죠. 하루에 닭 50마리를 팔았었는데 지금은 10마리도 안 나가는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학생들을 상대로 원룸을 운영하던 김명순(63)씨는 “학생들이 떠나고 원룸을 찾는 이들은 노숙자나 정신이상자 등 오고 갈 데 없는 사람들이거나 한두 달 있다가 나갈 건설현장 사람들뿐”이라며 “한달에 40만원씩 받던 방을 지금은 보증금도 없이 10만원대에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네는 폐허가 됐고 주민들은 자포자기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남대는 남원의 마지막 4년제 대학이었다. 학생 수가 많을 때는 상권에 젊은 활기가 넘쳤다. 10년차 택시기사 김모(60)씨는 “학생들이 시내에 많이 나가서 놀았는데 이젠 시내에 젊은 사람들이 없다”고 말했다. 시내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주 고객인 20대는 방학 시즌인 7~8월, 1~2월 정도에만 찾아 온다”며 “3개월간 공고를 내도 연락 한 번 안 올 정도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서남대와 같은 날 폐교한 대구미래대 앞 상권도 변할 수밖에 없었다. 도심과 가깝고 인근에 아파트가 많아 다른 폐교 대학 인근 상권에 비해선 영향이 적었지만, 타격은 불가피했다.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55)씨는 “한때는 어디 시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북적이고 뭐가 많았는데 폐교되고 나서는 업종이 많이 바뀌었다”며 “예전에는 도시락 가게, 술집, 당구장, PC방 등 상권이 다양했는데 지금은 거의 일반 사무실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폐교 대학 상권과 달리 기존 지역대학가 상권은 다시 북적이고 있다. 대구 경북대 북문 상권은 비대면 수업 등으로 오가는 학생들이 없어 한산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오후 11시에도 학생들이 몰려다니는 등 활기를 띄고 있다. 전주의 전북대 인근 상권은 대한민국에서 손꼽힐 정도다. 하지만 학령 인구 감소와 지역대학 학생·교수의 서울로의 ‘대탈출’이 벌어지는 지금, 동부산대·서남대· 대구미래대 상권과 같은 길을 걷게 될지 알 수 없다.

윤혜인 기자 yun.hy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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